• 최종편집 2026-04-19(일)
 

도서관 가는 길에 지인을 만났다. ‘어디 가냐’는 지인의 물음에 ‘도서관에 간다’고 했다. 지인은 빙그레 웃더니 ‘도서관에 가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럼 오늘 ‘도서관에 함께 가자’고 했더니 ‘책도 안 읽고, 공부도 하지 않으니 도서관에 갈 일이 없다’고 했다. 도서관에서 행사가 있었다. 도서관에 있는 분들이 행사가 있음을 알고 행사참여를 하든 그냥 하던 일을 지속하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려고 도서관직원에게 행사안내방송을 부탁했다. 도서관직원이 손사래를 치는 것이었다. 행사안내방송이 조용한 도서관의 정숙을 깨트리고 민원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도서관의 모습이다. 


디지털시대를 넘어 인공지능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치하는 시대에 도서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다. 우리는 단순히 책을 많이 읽고, 엉덩이에 진물이 나도록 앉아 있는 끈질긴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를 오래도록 살아왔고, 도서관은 그런 시스템에 맞게 운영되어 왔다. 우리의 머리에는 도서관은 어떤 곳이라는 정형화된 생각이 똬리를 틀고 있다. 한마디로 도서관은 조용한 곳, 책 읽는 곳, 공부하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이나 평생 도서관이라고는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나 똑같이 공유한다. 그리고 도서관이 이 틀에서 벗어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절대다수라는 사실이 도서관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을 어렵게 한다.


우리는 역사 이래로 세상이 바뀌면 삶의 방식을 바꾸며 적응해왔다. 농업혁명으로 수렵생활에서 정주생활로 생활의 형태가 바뀌었고, 산업혁명으로 오래도록 유지해왔던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생활에서 기계동력을 이용한 산업사회로 사회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혁명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시대를 맞이했나 싶더니 AI로 대변되는 인공지능사회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인간을 대신하는,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넘어서는 인공지능시대는 수천 년 동안 우리 인간이 해왔던 삶의 방식에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혼자서 조용히 끈질기게 오랜 시간에 걸쳐 인류가 만들어낸 지식과 경험을 암기하고 체득하면 사회의 엘리트로 인정받고 리더가 되는 성공의 방정식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된 것이다. 인공지능 AI가 한 순간에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인간의 인간에 의한 소외가 아닌 인공지능으로부터 소외를 당하지 않을까? 


단순한 암기력을 토대로 하는 사회에서는 창의력은 아주 소수에게 필요한 것이지 일반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대세가 된 현실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모든 사람이 창의력을 기본으로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전문가들은 이제 공학의 시대는 가고 철학의 시대, 즉 인문학의 시대가 되었다고 한다. 인문학은 하나의 대상에 의문을 제기하고 생각의 폭을 확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한번쯤 뒤집어 생각해보는 습관이 바로 창의력을 키운다. 


이런 급변하는 시대에 도서관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고인 물처럼 한 자리에 머물러있어야 할까? 아니면 강을 따라 바다로 나가야 할까? 필자는 이 시점에서 이스라엘의 토론하고 떠들고 마을의 중심이 되는 도서관문화에 주목한다. 단지 책의 섬과 같았던 도서관이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우리 도서관의 몸부림에도 주목한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도서관이 뭐하는 곳이지’ 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래야 도서관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고, 그래야 도서관을 이용하는 우리의 인식이 바뀔 수 있고, 그래야 새로운 세상에 적응할 수 있다. 

(2026.3.24)


이재학 20.png

이재학 작가

마라토너, 소새울 소통미디어 협력단 대표, 부천 소새울에 산다 발행인(전), 복사골문학회, 부천수필, 부천시인

저서 『나는 마라토너다』 『길에서 다시 찾은 행복마라톤』 『황소도 말처럼 뛰나』 『엄마가 치매야』 『소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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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 칼럼 37. 도서관이 뭐하는 곳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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